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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ON-OFF) 장단유희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1일

[온라인 장단유희]



▉ 타악연희자의 성장기를 닮은 순차적 구성

타악연주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장단에 심취한 연주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온라인 장단유희의 작품은 크게 장단 포커스(JANGDAN FOCUS), 장단 크리에이티브(JANGDAN CREATIVE), 장단 스테이지(JANGDAN STAGE)의 세 단계로 나뉜다. 장단 포커스가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인큐베이팅(Incubatin)에 가깝다면, 장단 스테이지는 수십년 악기와 동고동락해온 물 오른 연주자들의 표현력에 영상미를 가미해 예술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장단 크리에이티브에서 타악연주자 김소라가 다양한 작곡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장구 콘체르토 형식으로 선보인 것이다. 박상후 지휘자,VRI 스트링 쿼텟(VRI String Quartet), 작곡가 최희영과 지박(JI Park), 타악연희자 김소라의 연주를 무대에서 감상하듯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장단 포커스에서 크리에이티브를 거쳐 장단 스테이지에 이르는 과정은 타악연희자의 성장기를 닮아있다. 전통을 배워 익히고 온몸으로 장단을 표현할 줄 아는 신진연주자에서, 다른 장르와 협업을 하면서 연주자로서 태도와 면모를 갖춘 중견연주자로 발돋움하여, 개성 있고 농익은 연주력을 무대에서 펼쳐내기까지 과정이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타악연희자가 배우고 체득한 것을 표현해내다가, 다양한 소통과 협업의 과정을 거쳐서, 즉흥적 감수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절정의 순간에 이르는 예인의 성장드라마 같다.


▉ 즉흥연주를 영상화 한 제작진의 노련함

신진아티스트이나 중견을 넘은 아티스트에게 영상프로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블로그와 SNS, 유튜브 채널, 장단유희 웹진을 통해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한국장단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연주영상을 공개했다. 공연실황에 가까운 모든 것을 오롯이 드러내는 일은,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창작해낸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스스로의 음악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내 공연장 뿐 아니라, 공사장 촬영세트나, 녹음실과 같은 장소를 헌팅(Hunting)하고, 여러 대의 카메라로 반복 촬영을 하면서, 장소에 따른 음향의 변화라든지 녹음시스템은 물론 조명 하나까지 스텝들의 세심한 손길을 거쳤다.

장단톡톡(JANGDAN TALK TALK)에서는 타악연주자들과 인터뷰하는 형식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음악의 속내를 이해하고, 연주자들의 성격을 간파한 진행자들의 인터뷰는 엔지(NG) 없이 녹화될 정도로 노련했다. 질문의 요지를 전달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은 총감독 김소라와 박상후 지휘자의 몫이었다. 이들이 지닌 공연의 해설자이자 안내자로서 자질은 오프라인 공연 실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리듬이나 선율이 있는 음악을 편집하는 일은, 특히 타악의 경우에 촬영본을 잘라내고 붙이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박을 놓치거나, 악기를 치지 않는 동안에 짚어내는 소리의 여백까지 재단할 수 있어 굉장히 까다롭다. 장단유희의 영상 연출팀이 제대로 된 편집을 위해 직접 장구가락을 배워 익힐 정도이니,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영상으로 담는 그 어려움과 수고로움은 이루말 할 수 없다.

그런데 즉흥연주는 이런 노력으로도 다 해결되지를 않는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즉흥적인 변주가 가미된 창작곡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은 촬영본을 교차하여, 싱크(sync)를 맞추고. 편집점을 찾아내는 일은 정말이지 녹록치 않다. 그래서 작곡이나 연주에 참여한 연주자가 직접 검수를 해야 뒤탈이 없다. 장단유희의 영상물들은 정해진 악곡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연출하는 작업을 넘어서서, 연주자들을 위한 배려와 한국의 장단을 소재로 한 영상의 세련미를 담아내고자한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다. 장단유희의 총감독은 그 모든 과정에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때로는 스텝들을 보조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했다.



▉ 온라인 서비스의 종착지, 예술적 소통을 위한 가상공간

폐공장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오로지 박자감에 의존에 연주한 고법 합주, 서로 마주보고 구음을 하며 연주하는 여성 타악 듀오, 타악과 현악을 넘나드는 거문고와 북의 대거리, 한복을 입고 앉아 쇠 더미 위에서 꽹과리를 독주하는 장면들은 낯설고도 이질감을 준다. 일반적인 무대와 다른 색다른 장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기존에 음악을 감상하던 관습과 편견을 내려놓고, 음악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되묻게 만든다. 영상연출로 담아낸 연주자들의 진지한 표정과 악기를 연주하는 테크닉(Technic)은 실제 공연장에서 보다 더 가까이서 실감나게 마주할 수 있어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 날 음악의 연주는 단지 예술가의 행위로 실현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예술가의 공연물은 온갖 기술과 시스템의 작동 속에서 실체를 드러낸다. 그 과정과 노하우들이 온라인 장단유희에 녹아있다. 갖은 공들임의 최종 수혜자는 국내외의 시청자이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연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언제 어디서든 예술적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게 이끌어내는 작업은 온라인 공연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 장단유희가 펼쳐지는 가상공간 전시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예술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으로 참여한 이들에게 새로운 미적체험을 제공한다. 한국인의 심성을 담은 원초적 장단과 최신 기술력(technical skills)의 결합과 공존, 현실을 뛰어넘은 시공간에서 장단유희를 만날 수 있다.


 


[오프라인 장단유희]



가을빛이 감도는 9월, 돈화문국악당에서 한국장단음악축제가 그 첫 출발을 알렸다. 장장 다섯 시간이 넘는 릴레이 콘서트로 장연유희가 펼쳐졌다. 장단포커스(JANGDAN FOCUS)와 장단 크리에이티브(JANGDAN CREATIVE), 장단 스테이지(JANGDAN STAGE)는 한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갓 연주자로서 음악계에 입문한 신진예술가들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객석을 앞에 두고 펼치는 개인놀이. 여성농악계를 선도한 유순자류 부포놀음을 선보인 손주민의 연주는 굿거리 가락을 꽉 채우도록 나긋나긋했다. 영남의 외북놀이에 상모짓과 춤선을 그려낸 김강유의 북놀음은 묵직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소년 이광수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일으키는 미소년 박진우의 채상설장구는, 장구를 치는 모습마저 명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대학입시 때나 경연대회에서 평가받는 것보다도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어느 심사위원보다 관객의 평가가 무섭기 때문이다. 환호로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때론 실망감 어린 평가도 감내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 담력과 맷집도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음악축제판에서는 이 과정을 프러그래밍하고, 이십대의 청춘들이 스스로 창작곡을 만들고, 즉흥연주를 시도하도록 이끌었다. 전통적인 농악판부터 실험적인 창작무대까지 섭렵해온 장단유희의 총감독이 즉흥연주를 위한 방식과 기법을 멘토링 했고, 초연의 어려움에 직면한 연주자들을 위해 연습과정에도 동참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열매’나, ‘한맥 사물놀이’는 전통이든 창작이든 연주자 스스로 ‘해봐야 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주었다. 지휘자와의 만남, 음악계의 스승과 같은 무대에 오른 경험이, 타악 전공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양분이 될 것이다.




장구연주자 김소라는 “나에게 있어 삶의 모든 것이 협업이기 때문에 항상 배려하고 설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을 꺼낸 적 있다. 그 존중과 배려는 연주자들과 함께 협연을 하는 동안에 더 도드라졌다. 크리에이티브(JANGDAN CREATIVE)에서 작곡가들은 장단구성에 있어서 타악연주자의 역량을 존중해주었고, 서양악기를 연주하던 이들이 장구장단의 흐름을 이해하고 화음을 이루었다. 그녀는 무대에선 철저히 본업인 연희자로 변신했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대면하며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창작곡을 연주할 때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이 연주해냈다. 장구를 연주하면서, 몰아가거나 감아가지 않고,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빠르기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된다. 거기에 서양 현악기가 각자의 기량을 펼쳐낼 틈을 내어주는 건 더 쉽지 않다. 모든 곡을 몸으로 기억할 때까지 외워서 리듬을 주도하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 신경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관객도 있었다. ‘저걸 어떻게 다 외운거야?’라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무대 위에서 오로지 장구잽이만 악보 없이 앉아있었으니, 그야말로 박수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서로의 소리를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본인의 연주를 그토록 완벽히 소화해야 했던 이유는, 누구보다 잘 듣기 위해서였다. 김소라는 무대에 선 상대가 누구든 장단을 따라올 수 있게 숨통을 터주고, 길을 내어주는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서로 호흡하고, 어디 하나 너무 튀거나 어떤 소리도 뭉그러지지 않게 조율해내는 손길에 지휘자의 내공이 서려있었다.



타악을 중심으로 한 창작의 씨앗을 장단 크리에이티브에서 보여주었다면, 장단 스테이지에서는 민속악 장단에 대한 연주자들의 개성 있는 해석과 실험을 시도했다. 온라인과 다르게 북 독주가 이어졌고, 고수가 무대 정면을 바라보는 사이에 심청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꾼에서 눈을 떼고 객석을 응시하는 고수의 눈빛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미연&재천 듀오의 즉흥연주에 박안지의 꽹과리, 조용수의 장구, 현승훈의 북 연주가 합세했다. 공연은 피아노와 드럼, 가야금이 이루어낸 즉흥연주에서 절정에 도달했다. 가야금이 안족을 옮겨가며 튜닝을 하고 손가락이 터질세라 현(絃)을 뜯는 투혼으로 가야금이 지닌 소리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즉흥연주로 인이 박힌 드러머와 피아니스트가 가야금을 내려보면서 소릿길을 열어주었다. 피아노의 선율에 잡아먹히지 않고, 농현을 통해 구현하는 시김새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리듬감을 잃지 않는 연주가 압권이었다.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음색과 음계의 한계를 넘어선 임지혜의 연주. 그것은 한편으로 가야금이 얼마든지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음악적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련한 장인들이 협연자를 꿰뚫어보는 눈, 그 혜안(慧眼)이 창작의 시너지(synergy)를 가져왔다. 온라인 영상의 연주와는 다른 즉흥의 묘미가 독보였던 곡이다. 이처럼 장단 스테이지에서 쟁쟁한 음악가들이 제각기 색다른 파장을 만들어냈다. 모든 이들이, 무대 위에서 쏜살같이 사라지는 순간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감히 가늠키 어렵다. 장단유희라는 이름으로 한국장단음악의 저변을 넓혀가는 다음 축제의 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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